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좋은 책을 선물 받게 되었다.
복학하며 졸업에 필요한 남은 학점을 채우기 위해 인문 두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문학과 연인들'이라는 과목인데 컴퓨터와 진로에만 매몰돼있던 와중 오랜만에 독서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즐겁다. 물론 듣는 과목이 저 두 과목밖에 없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나도 참 독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낯을 많이 가리는 터라 그럴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기 어려워하는데, 그런 나에게 독서란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준비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이는 간접적으로 다양한 환경에 부닥치며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준다. 충분히 행복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유한한 몸에서 벗어나 동시에 애인에게 사랑을 갈구하기도, 부조리한 세상에 반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독서의 기쁨을 느끼며 조금 정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독서 모임에 가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 때였다. 이벤트로 공감 독서라는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대학원생, 그것도 공대 대학원을 다니며 과제와 연구에 바쁜 다섯 분이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이어간 이야기였다.
먼저 든 생각은 대단하다였다.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도 있고 대학원에 진학한 주변 친구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지만 대학원생은 기본적으로 모두 바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만난 한 친구는 연구실에 수면 의자를 가져다 두고 과제 기한에 쫓기는 날에는 연구실에서 씻지도 않고 숙식을 모두 해결하며 일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매일 있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대학원생의 일과가 고단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와중에도 짬짬이 독서하고 발제안을 생각하며 독서 모임을 이어가다니. 독서에 대한 애정과 모임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그들의 꼼꼼한 준비성과 형식이었다. 언제까지 이 책을 읽고 와서 이야기해보자와 같은 단순한 형태 대신 이들은 독서 모임의 디테일한 틀과 형식을 만들었고, 발제자는 자신이 선정한 책에 대해 열심히 준비해 이를 주제로 모임에서 이야기를 끌어갔다. 독서라는 행위 이후에 이어지는 토의를 바탕으로 이들은 독서만을 하기 위한 모임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었다. 이는 책에 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체계이다.
마지막으로 각자 발제문을 토대로 작성한 그들의 글을 보며 (너무 잘 써서) 만족감을 느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나는 오히려 부조리 속에서 안도를 느낀다. 나의 목숨은 유한하고 내가 누릴 세계의 아름다움은 무한하다는 안도다. 그렇기에 남김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열정을 얻는다." (p.167)
가끔 불안감이 든다. 아직은 인생이 즐겁지만 이러한 즐거움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것에 질려버리는 게 아닐까. 그렇게 즐거움이 사라지고 난 세상을 난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저 구절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세상은 무한하며 나는 유한하다. 그렇기에 그럴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GIST PRESS 분들도 책을 짜임새 있게 잘 만드신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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